포커가 재밌는 이유 한가지
포커가 재밌는 이유 중 한가지는
포커라는 게임은
모두가 같은 룰로 같은 게임을 한다는 착각을 주는 게임임
모두가 2장을 딜링 받고
모두가 3장의 플랍을 보고
모두가 1장의 턴을 보고
모두가 1장의 리버를 보고
나의 2장이 5장의 보드와 조합했을 때,
너의 2장을 이기면
내가 이기는 게임이라는
같은 게임을 하는 듯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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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게임을 접근하는 방식
게임을 대하는 태도
게임을 이해하는 방식
등등등등등등등
에서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는 걸
우리 대부분은 인지하지 못한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10년째 포커를 플레이하고 있는 저 A아저씨는
'내가 좋은 핸드를 들었으니, 너의 플러쉬 드로우를 폴드 시키기 위해서 벳을 하는' 게임을 하고 있고
그 옆에 앉은 마찬가지로 10년째 포커를 플레이하고 있는 저 B아저씨는
'내가 좋은 핸드를 들었으니, 너의 플러쉬 드로우에게 벨류를 받기 위해서 벳을 하는' 게임을 하고 있고
이제 갓 GTO를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저 C아저씨는
'다른 사람들이 1도 신경쓰지 않고 있는, 나의 플레이의 밸런싱을 맞추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게임을 하고 있고
그 옆에 90살은 되어 보이는 D할아버지는
'AA, KK를 기다리는 기다림'의 게임을 하고 있고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모두가 다른 게임을 하고 있기에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이해하는 것도
나의 게임 방식으로 이해를 한다
A아저씨에게는
좋은 핸드를 들었지만 벳을 작게 해서 리버에서 썩아웃을 당한 B아저씨의 플레이가 피쉬플레이처럼 느껴지고
B아저씨에게는
좋은 핸드를 들었는데 크게 벳을 해서 벨류를 못 받는 A아저씨의 플레이가 피쉬플레이처럼 느껴진다
C아저씨에게는
A,B,D 모두가 밸런싱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GTO라는 정답지를 알지도 못하는 모두가 피쉬처럼 느껴진다
D할아버지는
그냥.... 기다린다. 그렇게 오늘도 무료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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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굴지의
1등 포커 커뮤니티라는 포커고수라는 곳에서도
이런 모습은 하루에도 몇번씩 일어나지만
같은 논쟁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모두가 다른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가 다른 게임을 하고 있는데
자기의 게임 방식과 공략법을 상대에게 말해봤자
그게 들릴리가 있겠냐는 것이지
가장 흔한 예는
GTO냐 익스플로잇이냐
하지만 그런 뻔하디 뻔한 논쟁뿐만 아니라
플레이하는 블라인드에 따라서 (눈까리가 생각나는건 착각이다)
플레이하는 게임 포멧에 따라서
온라인이냐 라이브냐에 따라서
플레이하는 스타일에 따라서
그날 컨디션에 따라서
게임을 이해하는 이해도에 따라서
수많은 논쟁이 발생한다
모두가 다른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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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의 나와
1년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모두 다른 게임을 하고 있는데
아니
심지어
지난 주의 나와
이번 주의 내가
모두 다른 게임을 하고 있는데
수많은 군상이 섞여서 살고 있는
포커판이라는 재미난 곳은 말해 무엇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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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모두가 같은 룰로 같은 게임을 한다는 착각을 주는 게임을 하고 있다